작지만 큰활동 2009.08.06 20:20 |

 


어젯 밤, 장활 신청단에 참가신청서를 내고 왔다.
나는 내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 관련 현장활동에는 한 번도 참가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이 곳에 신청서를 내게 된 것은 학교의 영향이 매우 컸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충남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학교로, 장애학생들의 천국이라 불리우는 재활복지특성화 대학이다. 몇천만의 학우들 중 300여명이 장애학생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다. 그만큼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복지가 좋다는 증거다. 올해 쌍용(나사렛대)역이 개통되면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계단 개설으로 대학과 장애인 사이에서 마찰이 있지만 이것은 다음에 포스팅하기로 한다.

  평소에 거리를 돌아다녀도 그렇게 보이지 않던 장애인들이 이 곳 대학교에서는 엄청 많다. 강의시간에 맞춰 기숙사 엘리베이터를 타면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이나, 다른 사람이 이미 누른 버튼을 다시 한번 누르는 시각장애인을 간혹 볼 수 있다. 기숙사 정문으로 나와 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으면 가는 길에 척 봐도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지적장애인들이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너머 벤치에는 수화를 쓰는 청각장애인들이 보인다. 뭐가 그리도 재미날까? 가서 아는 척 하고 싶지만 그들은 못듣기에 소리내어 부를 수도 없다. 그래서 그냥 다음에 인사하자 생각하고 강의실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장애활동이라는 것에 참가하게 된 것은 결정적으로 어느 전공수업의 조별 발표때였다. 현재 장애인 법으로 15가지 장애가 있는데 15개조로 나누어 그 장애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를 해야 했다. "1번 지체장애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라" 해서 두세명씩 선정하는 과정에서 나는 초등학교 동창 중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친구가 생각나서 지적장애를 선택했다. 나와 같이 문자통역을 받던 청각장애 동생 S도 나를 따라 같은 조가 됐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 전공수업에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이 한명 있었는데 그 동생이 조별 주제로 '지적장애'를 선택한 것이다. 그 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칠판에 동생의 이름이 지적장애 부문에 적히는 순간 속으로 생각한 것은 아... 발표과제 준비를 S와 둘이서 해야겠구나... 이었다.

  발표를 위해 나, S, 동생 셋이서 조별 모임을 가졌다. 내가 가져 온 지적장애 관련 자료책을 보던 동생은 책을 덮더니 한마디로 일축했다.

  "언니 이거 너무 어려워요.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ㅠㅠ" 
  (그럴줄 알았다...)
  "괜찮아, 언니가 자료 잘 찾아갖구 쉽게 쓰고 너에게 보여줄게~"
  "네~엡!! ^▽^"

 뭐가 그리도 좋아서 방긋 웃는지... 그래도 심성은 착한 동생은 나와 S를 챙긴다고 가방 속에서 과자를 꺼내 준다. 이런, 난 언니로서 뭐 하나 사주지도 못했는데... 새삼 민망해졌다.

  "이걸 어떻게 요약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너무 길어요."
  "그러게. 이거 봐봐. 이거 이 책에는 있는데 저 책에는 없네. 개정판이라서 내용이 바뀌었나봐."

S와 함께 책을 뒤져보며 이야기 하는데, 이를 지켜보던 동생이 한마디 거들었다. 

  "어, 언니 이 책에는 없어요?"
  "응. 이 책에는 없네. 저 책에는 있는데..."
  "그럼 이 책은 맞아야겠네~ 에잇!"
  "응~ 그러게~ 정말 맞아야 되겠어~(책표지를 찰싹~)"
  "헤헤 언니, 저 책은 있으니까 잘한거죠?"
  "응~ 맞아~(책표지를 쓰담쓰담..)"

 결국 그 날, 조별 모임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발표 내용 정리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생을 좀 더 알 수 있었고, 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발표자료를 정리하면서 이게 잘 된건지 아닌건지 잘 몰라서 반복하여 수정하고 검토하기를 수차례.. 시간은 흘러 발표 당일이 다가왔다.
  나는 발표를 앞두고 걱정이 됐다. 수화를 잘 몰라 말(구화)로 대화를 하는 청각장애를 가진 두 학생, 지적장애를 가진 한 학생.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조에서 발표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발표 준비를 하면서 지적장애인은 단지 지능이 조금 떨어질 뿐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동생이 할 수 있는 쉬운 부분의 발표를 맡겼으니 괜찮다. 하지만 나와 S는 수화로 발표를 하려니 수화를 모르겠고 말로 하자니 발음이 어설프고... 문자통역도우미에게 맡기려니 시험기간이라 못온다고 했기 때문에 남에게 맡길 수가 없다(그날 같은 수업 듣는 1학년들이 교대로 문자통역을 해주었다).
 에잇, 몰라! 우리는 발음을 못알아 들어도 PPT가 있고, 수업 듣는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듣겠지! 하고 S와 나는 서로를 북돋아주었다.

  드디어 발표! 그런데 왜 평소엔 다른 학생들이 발표할때는 머리의 가마가 몇개인지 다 보일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던 애들이 우리가 발표할 때는 고개를 번쩍 들고 눈알 세척이라도 했는지 눈의 반짝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장애학생들만 준비한 조가 우리 조 밖에 없어서 그런가보다.

  밤새 준비한 PPT화면은 정말 순식간에 차르륵~ 넘어가고 S의 발표가 끝나고 내 발표가 끝나고(정말 더듬거렸지만 잘 넘어갔다ㅠㅠ) 동생의 발표 차례가 됐다. 동생은 앞으로 나가는 것이 긴장됐는지 아니면 부끄러웠는지 PPT 프린트한 것을 얼굴 앞에 가까이 대고 열심히 큰 소리로 읽었다. 마지막에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라고 했는데, 그걸 까먹고 머뭇거려서 S가 앞으로 나와서 대신 말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 있었지만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끝나자 큰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교수님은 발표 내내 미소를 짓고 계셨다.





  나는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다른 장애인을 '편견이 담긴 시선'으로 보았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에 조금이라도 나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다. 이 활동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의 디딤돌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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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는 언어다 2009.07.26 22:38 |
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2005 / 인도)
출연 아미타브 밧찬, 라니 무커르지, 쉐나즈 파텔, 아예샤 카푸르
상세보기




블랙 예고편입니다.
2009년 8월 27일날 개봉합니다.

소리는 침묵이 되고, 빛은 어둠이 되던 시절,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한 소녀의 희망의 메시지!

세상이 온통 어둠뿐이었던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8살 소녀 ‘미셸’. 아무런 규칙도 질서도 모르던 ‘미셸’에게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의 부모님은 마지막 선택으로 장애아를 치료하는 ‘사하이’ 선생님을 부르고 그에게 그녀를 맡기게 된다. 그녀가 집에서 종까지 목에 단 채 동물처럼 취급 당하는 것을 본 ‘사하이’ 선생님은 ‘미셸’의 눈과 귀가 되어주기로 결심하고, 아무 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녀에게 말과 소리 그리고 단어 하나 하나를 수화로 가르치기 시작한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굳은 믿음과 노력은 끝내 그녀에게도 새로운 인생을 열어 주었고, 그녀를 세상과 소통하게 해 준 마법사 ‘사하이’ 선생님은 세상에 첫 걸음마를 내딘 ‘미셸’의 보호자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씩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미셸’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사하이’ 선생님은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그녀 곁을 떠난다. ‘미셸’은 ‘사하이’ 선생님을 애타게 수소문하는 한편, 그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그녀의 찬란한 기적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블랙> 영화 공식 홈페이지
http://www.blackthemovie.co.kr/

무료 시사회는 26일날 마감이네요^^; 
27일날 발표하고 28일날 관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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