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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0 우리는 단지 동등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이다.-장활넷째날. (5)
작지만 큰활동 2009.08.20 10:47 |
2009, 여름, 장애민중연대현장활동
Higher than the heat in the summer!

"대학-사회와의 유쾌한 동거동락 : 돈으로 살 수 없는 대학 만들기"



 8월 13일 장활 넷째 날, 장애민중연대현장활동(이하 장활)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셋째 날 저녁에 있었던 일부터 써보고자 한다. 

  1박 2일을 보건복지가족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기로 했던 계획이 폭우로(아마도) 무산되자 잘 곳이 없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사무실에 가게 됐다. 전장연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경찰 버스에 둘러 싸인 채 천막에 노숙하지 않게 되서 다행이다 ㅠㅠ 라고 생각했다. 장활에 처음 참가하는 것이니만큼 아직 마음은 두근두근콩닥콩닥.

 전장연 사무실에서 오고갔던 이야기는, 다음 날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니 퍼포먼스할 내용과 선전물로 쓸 피켓과 포스터의 내용을 회의하고 그걸 만들자는 것이었다. 조별로 나누어서 각양 각색의 도화지와 매직, 크레파스를 주면서 하는 말. "시간이 없으니 밤 10시까지 하세요." 헐, 지금 시간을 보니 9시 40분. 장난해?

 다음날 기자회견에 쓸 선전물 준비로 여념이 없는 모습.

 서로 의견을 내놓고 다듬고 고쳐나가 최종적으로 퍼포먼스 피켓과 포스터의 내용을 정하는데 30분 이상 걸렸다. 그리하여 피켓과 포스터를 그리고 있는데 대표 왈. "10시 30분까지 해주세요T_T" 그러다가 또 몇십분 뒤, "늦었으니 이번에는 정말! 11시까지 해주세요!" 이렇게 점점 연기되어 11시 반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 우리가 작업했던 사무실에서 잠을 자야 되니까. 아직 마무리가 안된 작업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김밥 한줄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있는데 기획단 한 분이 오시더니, 
  "이따가 기자회견에서 각 대학에서 한 사람씩 발언을 할 것이니 준비해주세요."
  "네엣?!" 
아니 그런건 전날에 미리 말해주지! 허겁지겁 노트북에 30분만에 기자회견에 발언할 내용을 타이핑했다. 

 오전 10시 경, 정부중앙청사에 이동한 나는 조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때문이었다. 정문이 아니었어? 말이 기자회견이지 이 활동이 효과가 있을까? 교육부에서 우리의 외침을 들어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본 경비원은 열려 있던 대문을 닫더니 큰 자물쇠로 아예 들어올 수 없게 잠궜다. 마치 '너네들의 외침은 이 건물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것 처럼...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한 분이 말해주셨다. 이 기자회견이 끝나고 정문으로 가서 성명서(맞나;)를 교육부에 제출 할 것이고 예전에도 그렇게 했었다고. 그제서야 나는 조금 맘을 놓을 수 있었다.

이에 관련된 기사가 있어 링크한다.  
에이블뉴스 - 장애학생 예산도 삭감해버린 MB 정부(새창)


 우리는 정부중앙청사 후문에 자리를 잡고 그 전날 열심히 준비한 피켓과 포스터를 들었고, 기자회견은 시작되었다. 

 각자 한 사람씩 나가 발언을 하고, 내 차례가 되어 발언하는데 앞에 나서서 남 앞에서 말을 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지라 손과 발이 덜덜 떨렸다. 날씨가 정말 더워서 머리에는 땀이 흐르는데 몸은 으슬하게 덜덜덜.


내가 발언했던 내용 중 일부를 적어본다.

- 도우미가 없는 학교 생활이 어땠을 것 같나요? F를 3개 받기도 했어요. 저는 오히려 F가 4개가 아니라서 학사경고를 면한 것에 감사해야 했지요.
- 편입하고 난 후, 완전 천국이었어요. 문자통역에 수화통역이 있었고 '아 이게 공부라는 거구나!' 내 나이 23세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말이 되나요, 나이 23세에 처음 공부란 것에 재미를 느낀거예요.
- 저는 이런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2년 전(편입 전 다닌 학교)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더욱 큰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은, 비장애인들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들을 수 있는' 권리를 얻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조별 발표나 자기소개 때도 늘 빨개지던 얼굴은 다행히 빨개지지 않았다.

 

하나, 교과부는 장애학생도우미제도 예산삭감에 대한 긴급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교과부는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 세부운영 사항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라! 
하나, 교과부는 각 대학의 학칙에 장애학생 편의지원 사항의 규정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 
하나, 교과부는 법에 명시된 조항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
하나, 교육과는 장애인대학생을 위한 고등교육지원을 확대·강화하라!


  현재 218개 대학에서 3,800명의 장애인대학생이 대학에 재학 중에 있으나 이들 장애인대학생을 위하여 도우미 지원제도 이외에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별도의 편의지원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 3800여명은 어떻게 공부하란 말인가? 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꿈을 키워나갈 우리를 이렇게 거리로 나오도록 만들었는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시간 30분 동안의 기자회견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아마 실감나지도 않을 것이고, 자기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지 나는 여러분 바로 근처에 자신의 권리를 애타게 외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당신의 추천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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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군 2009.08.22 02:4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수고 많이 하셨어요. 화이팅!

    • 나노아 2009.08.22 16: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감사합니다 ^ㅡ^
      알군 님 블로그에서 본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열심히 해야겠지요.^^

  2. koozijung 2009.08.23 08: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화이팅입니다!!

  3. 찌니 2009.09.01 15: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보니까 참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뭐지,, 여튼 수고 많았다~